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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ature/봄은 시작이면서 겨울 정리

봄날, 벗꽃 이파리들이 바람에 휘날리는데...

by Metapoem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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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방 LED 형광등의 한쪽 패널이 어두워졌다. 일반 형광등과는 달리 LED는 기판 위에 두개의 작은 기판들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모두 어두워지는게 아니라, 어느 한쪽이 어두워진다. 형광등은 고장나면 방 전체가 깜깜해지는데... 나름 배려를 해서 만든 걸까. 그건 아닐게다. LED 석영 칩(불이 켜지는 작은 네모난 물질)들이 너무 많은데, 이 중 하나만 단락이 생겨도 전체 전원이 차단된다. 그래서 사용상, 관리상, 비용상 감안을 했으리라.

 

 

LED 칩 한두 개가 망가진 게다. 새로살 생각 보다는 풀어서 한번 고쳐보자는 생각이 들어, 나사를 풀어 책상에 펼쳐놓았다. 1.5볼트 건전지 두 개를 서로 이어서 전류상태를 확인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두 개의 칩 만이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각각 단락이 생겨서 전류 흐름이 차단된 것이다. 노란 석영 조각을 칼로 떼냈다. 그리고는 은박지테잎을 사다가 붙이면 전류가 통하게 되어 전체 칩에서 불이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아뿔싸! 은박지가 없다. 

 

철물점에 가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서 입구 아랫길로 접어들었다. 우측에 줄지어 서 있는 벗꽃 나무들의 머리카락이 온통 연한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계속 불어대는 봄바람에 걸어가는 길에 벗꽃 이파리들이 정신없이 휘날린다. 벗꽃들이 시간의 아쉬움을 이렇게도 소리치고 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철물점은 시간이 흘러도 늘 그 자리에 서 있지만, 벗꽃들은 그렇지가 않다. 

 

 

철물점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카메라 홀더를 얼른 가져와야 한다.

얼른 들고 내려왔다. 길가 한 귀퉁이에 홀더를 길게 세우고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동영상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이어폰이 없어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카메라 곂에 섰다가, 앉았다가, 웅크리고 있다가... 같이 시간을 보냈다. 

 

(잎들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담았던 영상 사진)

 

철물점에 다녀오는 길에 다른 계단길 위에서 맞닦뜨린 또다른 광경. 좁아진 틈새 길 사이로 골바람이 아주 세다.

벗꽃 나무 한 그루가 맘껏 이파리를 털리고 있었다. 검은 색의 새가 이리저리 날아가며 움직이고 있다. 다시 홀더를 세우고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10여분을 영상으로 담아서 유튜브에 올렸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지나가는 순간을 잡았다는 안도감...

내년 봄까지 이 흩날리는 광경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고통스러우니......

 

 

2022년 4월 봄날에

메타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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