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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People/신앙으로 사는 사람들

결혼한 자녀 부부는 독립군들이다. 그냥 내버려두시오!

by Metapoem 2022.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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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 장면
결혼식

대한민국은 고조선 이후 약 500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민족은 근동지역의 수메르가 아닐까. 기원전 약 4000년으로 거슬러올라가니 말이다. 이에 질세라 우리나라의 역사성도 참 자랑스럽다. 긴 역사는 길고도 끈질긴 생명력이 전제되기에 자랑해도 될 만한 자부심이다. 

 

그런데 이에 비례하여 그릇된 풍습도 탑처럼 쌓여만 왔을 테다. 그 중 하나, 아주 치독한 전통 하나를 꼬집어댈 생각이다.

자녀의 결혼 이후의 지나친 간섭을 당연시해 왔던 전통말이다. 이는 자랑할 것보다는 떼어내야할 요소가 더 많은게 사실일 것이다. 아들이나 딸이 결혼하게 된다. 이는 즉 이들이 의젓한 사회인이란 뜻이고, 독립된 개인들이라는 반증이다. 대한민국 법이 인정하고 있고, 두 사람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그 어떤 일도 행할 수 있는 자유도 보장된다. 

 

그런데, 아들이면 아들, 딸이면 딸을 수십년간 돈을 들여 먹이고, 가르치고, 결혼에 직간접 도움을 주었던 부모의 입장에서는 단번에 쓰윽 자유하도록 내밀어버리기엔 너무 애착이 간다. 그래서 특별히 아들을 장가보낸 어머니의 의지는 극성맞기까지 하다. 자신이 시집와서 시어머니에게 힘든 고생을 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다. 자녀의 결혼식 내내 자신의 수고와 역경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신혼 여행을 다녀와서 인사드리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부터 '아들가진 시어머니'의 영역 확보는 실로 놀랍다. 그간 얼마나 하나하나 생각해 두었을까. 며느리가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의 '며느리 다스리기' 시나리오는 치밀할지도 모른다. 

 

왜 이런 역사가 한 세대가 지나가면 또 시작되고.... 반복할까. 난, 이런게 애시당초 싫었다. 아들을 결혼시키기 전부터....

 

나와 아내의 아들은 2018년 11월 3일 토요일에 결혼했다.

두 남녀의 결혼 그림
두 남녀

                                                                        

착하고 예쁜 아가씨랑 결혼했다. 귀한 가정에서 귀하게 자란 어여쁜 자매였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아들을 사위로 맞아주신 사돈 두 분에게 너무나 고마웠고 고마웠다. 

나와 아내는, 아들과 며느리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집에서 준비한 음식으로 함께 식사했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새 가정과의 아름다운 세대 관계는 시작되었다. 아들네 신혼 가정은 서울에서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부산에 산다. 

 

그런데... 아들네 집 곧 며느리네 집에 아직 한번도 가지 못한 상태이다. 못간게 아니다. 안 간게다.

이유는 분명했다. 서울에 부러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알콩달콩 재미난 신혼 가정에서 우리 두 사람이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했다. 나는 아내에게, 괜히 며느리에게 행세하느라, 찾아가서 냉장고 열어보고 할 것 없다고 했고, 아내는 당연히 그래야지 하는 마음새였다.

 

지금은 2022년 4월.

결혼한 지 3년 하고도 넉달도 지났지만, 아들네 집 근처도 가보지 않았다.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당장 소리칠지도 모르겠다. 아들 사는게 궁금하지도 않냐고? 네.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폰 영상으로 얼굴 보고 이야기 다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터졌을 때가 2020년 2월경이었다. 그러니 코로나 감염이 이유가 되지도 못한다.

"어디 줏어온 아들 아닌가?"

"아니다. 내 아내가 직접 낳았다.^^"

그런데 서로 참견하지 않고 사니까 너무 편하고 좋다. 

 

"아버님, 어머님, 왜 올라오지 않으세요. 오셔서 축복해 주셔야죠."

"그래? 갈 때가 되면, 가면 되지. 괜찮다. 둘이서 재밌게 살어."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얘네들이 시간을 만들어서 고속버스 타고, 기차 타고 부산에 내려온다. 우리 부부는 오히려 미안하고 부담스럽다. 

 

*********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아내도 그리스도인이다. 그래서 이런 규범을 만들어나가는게 아니다. 좋아서다. 

 

예식장의 두 남녀
결혼 장면

"남자(아들)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결혼)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어다." - 창세기 2장 24절.

 

이 구절을 목숨바쳐 지켜야지!해서 지금까지 이러했던 것 아니다. 그냥 그게 편하고 좋아서다. 우리 모두는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부조리한 일들이 우리 지붕 아래에서, 남의 지붕 아래에서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다. 수십년 동안 들었다. 

고부간의 갈등이라는 게 문화가 될 정도로 우리는 무감각해졌다. 그에 비례해서 얼마나 서로 힘들게 지내고 있는가.

 

이 한 구절만 그대로 지켜도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귀한 규범인가! 수천년 전에 이런 비결을 알려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알면 알수록 그는 실재하시는 분이심을 확신하게 된다. 

 

언젠가 서울 아들네 집에 갈 것이다. 이젠 이런 방문이 또하나의 선물이겠지.

둘이서 지지고 볶고 마음대로 하면서 잘 살면 된다. 이게 곁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행복이다. 저들의 귀한 인생에 왜 이래라 저래라 해야 하나. 

"우리 아들은 무슨 무슨 반찬 좋아한다. 너무 뜨거운 것 못 먹어."

이게 며느리에게 할 덕담인가? 한 두달 같이 살면 이내 다 파악할 것을......

 

이미 고부간의 갈등이 있는 어른들이라면, 지금부터 당신이 먼저 달라져라!

"이제 너희들 집에 안 갈테니... 행복하게 잘 살거라. 힘들 때는 청소도 하지 마. 다니고 싶은 곳, 외식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해. 그러다 그러다 어른들 보고 싶으면, 전화하면 돼. 힘들면 연락하고, 좋은 일 있을 때에는 전화도 하지 마. 너희 둘이서 행복하게 즐기면 돼. 서로 무시하지 말고, 대화 많이 나누며 지내거라."

이게 우리 부부의 지금까지의 지론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지론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우리 부부가 별종인가? 아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가정들이 별종이었던게다. 지금부터 고치면 새로운 아름다운 문화가 된다.

민주 시민들이여! 추악한 독재 정권, 타락하고 부패한 정권들은 전국에서 시민의 불꽃 시위로 개혁시켰는데, 당신의 자녀들이 스스로 재미나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두는 '성숙한 방임'을 왜 못하는가. 왜 안 하려 하는가.

 

아들과 딸이 만드는 새 가정은 어른이라고 해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거룩하고 숭고한 곳이다. 

째째하게 아들 먹을 것, 짠 것, 매운 것에 왜 참견이요! 식탁이 더럽든지 지저분하던지 왜 신경 쓰는 거요!

자신의 남은 인생을 더 가치있게 사용해도 부족할 터인데... 시시콜콜한 것까지, '자녀내리사랑'이라는 허울좋은 본능에 감싸여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건가요. 세상을 둘러보세요. 아직도 배울 것, 알아야 할 것, 가 봐야 할 곳, 만나야 할 사람이 있을 텐데......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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