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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treet/차도, 인도 그리고 골목

좋은 식당은 넓고 쾌적한 분위기가 아니라, 사람과 음식 맛과 마음이다.

by Metapoem 202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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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마음의 고향이 다 있다. 고향의 갯수는 하나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게 있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식당이 있냐고 묻는다면 "있다! 하나 있다!"라고 소리치듯 말할 것이다. 나의 조그만 가게가 있는 동네 아랫길 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좋은 식당의 조건은 마치 어머니가 만들어 차려주신 식사를 대하는 감동은 아니어도 좋다. '사람과 맛과 마음'이 그 조건이 되겠다.

가게에 갑자기 일감이 생겨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게 되거나, 주말에 일하게 되면, 이 식당에 전화를 걸어 주문한다. 나는 밀가루 음식을 줄여야 하지만, 여기 음식에 대해서는 '선 섭취, 후 운동' 전략을 구사한다.

두 사람과 실내 모습

우리 부부는 자주 배달시켜 먹었다.
60세가 넘어 보이는 남자가 20여분 쯤 지나 오토바이로 직접 배달오신다. 이분은 작은 식당의 주인이면서 배달일도 하신다. 그러니까 가게에 배달오셨다는 말은 지금 그 중국집 식당은 비어 있다는 말이 된다. 식당의 문이 닫혀 있는 게 아니라 열려 있다는 사실은 얼마 후에 알게 된 일이다. 처음에는 이런 인과관계를 전혀 모른채 배달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음식이 맛있다.^^ 나는 빨간 빛이 진하게 도는 사천짜장, 아내는 일반 짜장 혹은 짬뽕을 자주 먹는다.

이 식당의 짬뽕. 먹다가 찍은 사진.


아내는 이미 이 식당에서 오랜 동안 먹어서 그 맛을 인정했다. 어떻게 맛있길래? 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다.
- 면이 찰지고 씹는 맛이 좋다.
- 사천짜장의 경우 동그란 그릇에 따로 담긴 붉은 빛 도는 양념은 그 자체가 맛이다. 지난 주에는 부러 반을 남겨서 퇴근시 가져와 저녁밥에 비벼먹었다.
- 해물이 적지 않다. 먹다가 아내에게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저기 건너편 시장 너머에 있는 ㄹㅂㄹ라는 식당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날 배가 고파서 지나가다 들어갔지. 그 식당은 당신도 아는 그 P여사의 인척이 하는 식당이라고 해서 들어갔지. 짬뽕을 시켰어. 음식이 나왔는데... 내가 정말 실망을 많이 했어."
"맛이 없었구나."
"아니. 맛은 두번째로 느낀 것이야. 일단 먹는데, 양파, 파 등 야채는 있는데, 해산물이 없더라구. 딱 하나. 오징어 한 조각. 칼질을 몇번 되어 있는 손가락보다 작은 한 조각만 있더라니까. 태어나고 이런 짬뽕 처음 받아봤지. 그런 식당도 있더군."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천짜장을 먹는데, 해산물은 계속 입에 들어가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식당 주인 아저씨는 자선사업하듯 음식을 만드시나. 여러가지 해산물이 적지 않아서 좀 그러네...'

음식을 다 먹고난 후 아내는 꼭 그릇과 양념 종지 등을 다 씻어서 가게 문 앞에 내어놓는다. 나도 그런 마음씀씀이가 보기 좋았다. 한번은 나도 따라서 씻어서 내어놓기도 했다.


직접 식당에서 먹었다!
지난 4월 9일 토요일 2시경 아내와 나는 남포동으로 가려고 가게를 나섰다. 마침 그 식당이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고 우리는 처음으로 그 식당 현장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가게는 비어 있었다. 그제서야, 1인 사업장임을 알게 되었다. 직접 만들고, 바로 배달나갔다. 그래서 그랬던지 음식은 늘 갓 만든 듯한 상태였음이 떠올랐다. 전화를 걸었더니, "돌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후 사장님이 오셨고 바로 음식 조리를 시작했다.
우리는 사천짜장과 일반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해산물은 여전히 많고 싱싱했다. 양념의 맛도 좋았다.

일반 짜장면과 빨간색의 사천짜장. 붉은 양념소스 속에는 온갖 해산물이 많다. 면보다 더 풍성해 보이는 소스.


식사하는 동안 식당에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가 거의 다 먹어갈 즈음, 테이블 한 곳에 천원 지폐 두 장이 슬그머니 놓였다. 그리고는 "식사하시고 그냥 두고 가시면 됩니다."라고 말씀하고는 횅 나가셨다.
왠 이천원? 우리는 잠시 온갖 해석을 다 해보았다.
"이게 왠 돈이지?"
"우리가 배달시키다가 직접 와서 먹으니까 배달비를 주신 건가?"
"아뇨. 원래 배달비는 없는 걸로 알아요. 내가 사장님을 좀 알지."
"그러면 왜?"
"그냥 고마워서 그러시는 거겠지."

내가 먹었던 해산물의 양만 해도 오히려 고마울 지경인데... 다 먹은 후 그릇과 모든 것을 제대로 놓고 우리는 식당을 나섰다. 우리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나가다가 돌아서서 말했다.

"잘 먹고 갑니다."

돈 이천원 때문에 마음이 따뜻해진게 아니다.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좋은 식당은 어떤 식당일까. 넓고 쾌적한 분위기도 좋지만, 모름지기 좋은 식당은 '사람과 음식 맛과 오가는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하나의 팁이 아니라, 진리 그 자체이다. 인생의 진리, 곧 우리 삶의 힘과 자양분이다. 이런 소소한 정감과 인간적 교류가 우리 주변에 날개짓하고 있어서 용기를 얻고 살아간다. 세상은 반듯하게 공부한 자들이 어지럽히고, 사회는 착한 서민들이 바닷물처럼 소독하고 살만 한 곳으로 만들어나간다.

우리 부부에게 감동을 주는 식당

젓가락 포장지


어떤 이들은 식당 소개하는 블로그로 착각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전번은 알리지 않는다. 사람 살맛나게 하는 식당인데 자랑하고 알려야 하지 않는가. 이런 식당도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름이라도 알린다. 사장님은 본인의 이 포스팅에 대해 관심도, 알지도 못한다. 부산에 왔다가 충렬사나 인근을 지나가다가 빨간짜장이 생각나는 분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서 들러 맛을 즐기기 바란다. 참, 승용차는 주변 주차장이나 여기저기에 주차해야 한다.^^

앗싸! 정말 좋은 식당 소개하고 나니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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