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Nature/인생은 이런 것?

강수연, 갑자기 훌쩍 우리 곁을 떠나갔다 마침표 안 찍으련다

by Metapoem 2022. 5. 11.
반응형

나는 은막 스크린을 통해 강수연의 십대 모습을 보며 자랐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강수연 이미지는 늘 파스텔 톤이었다.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시야에 곧장 들어오지 않지만, 은근히 시야 주변에 물안개처럼 뽀얗게 남아 있는 그런 이미지였다. 또래의 여러 여배우들이 있었지만, 그나마 강수연의 이미지는, 배역의 성격 탓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곱디 곱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며칠전에 그가 세상을 등졌다는 기사를 힐끗 보게 되었는데, 다시 눈길이 돌아갔다.
"강, 강수연이...?"
무의식 속에 살아 있던 한 여자의 이미저리가 확 떠올랐다. 평생 스크린을 통해서, TV를 통해서 가끔씩 보았던 강수연의 모든 이미저리가 떠밀고 들어왔다.
"아직 젊을 텐데..."
그리고는 그의 나이를 살폈다.
-1966년 8월 1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58세였구나..."

고 강수연 배우
고인이 된 강수연 배우


영화 '고래 사냥2'(1985)은 보았지만,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1986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는 제목이 특이했고, 인구에 아주 자주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로 강수연은 한국 배우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메스콤에서 한동안 오르내렸던 이슈였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 '정이'로 넷플릭스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다고 한다.

소리없이 공존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을 듣게 되면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것은 왜일까? 평소에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생각도 떠올림도 없어놓고 말이다. 참으로 괴상하다. 사람의 애착은 이러한가보다.

고 노무현 대통령.
그도 그러했다.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검찰의 억지 수사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탈하게 잘 사시기를 생각하면서 일상에 정신이 쏠려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왔던 그의 위중한 중태 소식. 추락 소식... 이어지는 여러 음모론들...
그의 영결식 현장에서 수많은 국민이 울었다. 그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화들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놀라서...
"세상에는 비참하게 죽어야 할 놈들이 한 둘이 아닌데, 왜...... 하필이면 저 분이..."
심뽀가 아주 삐뚤어진 사악한 자들 외 대다수의 국민들은, 시간차가 좀 있을 뿐, 모두 울었다. 슬피 울었다.
"함께 공존하던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에... 세상에 횅해져 버린 공간이 너무 크고 넓었음에, 그 새로운 공간감에 또다시 놀라 울부짖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부채해버린 이 넓은 세상도 그리 넓은 곳이 아니라는 다소 생소한 철학적 인식 앞에 슬픔과 아쉬움과 속이 메이짐의 압박에 더더욱 무너져내렸고 꺼이꺼이 울음으로 진장시키려 몸부림치지 않았던가!

우리는 어떤 사람이 곁에, 주위에, 아니면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때에는 외계인 대하듯 잊고 살아간다. 인터넷 시대, SNS 시대에도 말이다. 세상에서 편지지와 우체통은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부음 소식에도 그 슬픔은 분명 줄어들어야 할 텐데 말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난, 강수연과 일면식도, 싸인도, 같은 도로변을 마주보고 지나친 경우의 수도 없었다. 그는 철저하게 타자이면서 대한민국의 여배우였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 사람의 일생이 이리도 갑작스러운지...

강수연의 부음에 여러 언론들이 미사여구로 헤어짐의 기사를 올리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많은 선배, 후배 배우들도 찾아가서 조문했겠지. 예지원, 김현주, 정우성, 엄정화, 김아중, 정웅인, 방은진 감독, 연상호 감독, 이창동 감독, 정지영 감독, 이준동, 정상진, 심재명 등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이름들이다.

산 사람들과 죽은 한 사람.

이제 우리 모두도 한쪽에 동떨어져서 혼자 있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강수연의 죽음 앞에서 모두 눈물을 흘리지만, 그 눈물이 곧 자신에게로 향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인이 남기는 생의 교훈에 충실할 수 있겠다.

5월 7일 오후, 뇌출혈로 인한 심장 정지, 병원 이송 사흘만에 죽음. 향년 56세.

특히 눈에 띄는 조문 발언이 있었다. 기사에서 읽었다.
"비록 강수연씨 당신은 오늘 우리 곁을 떠나서 지상의 별이 졌어도 당신은 천상의 별로 우리 영화를 비추면서 끝까지 더 화려하게 우리들을 지켜줄 것입니다, 강수연씨 부디 영면하시기를 바랍니다."

영화 배우들은 경조사 때마다 항상 서열을 따지곤 한다.
선배 그리고 후배.
이 밧줄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개그맨들도 그러하고 연극 배우들도 그러하다. 그러나 오늘 새롭게 알자. 모두 죽고난 후에는 새로운 서열이 있음을. 태어난 순서가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 죽기전까지와 죽을 때의 자리가 의미가 있다고.

나는 죽음 이후까지 생각하고 늘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신앙인이다. 바르고 진실되게 사는게 성대한 영결식 100번보다 중요하고 가치 있다. 강수연 배우는 알려진 추문이나 흠이 그나마 없는 듯하다. 바르게 살다 떠나니 눈물 짓고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가치와 성숙에 대해 리얼하게 깨닫고 반성하고 가슴을 쳐야 할 이들이 최근에 많이 눈에 띄었다. 청문회에 등장하는 인간들 죄다 그러하다. 이자들은 상식도 도덕도 인성도 인문적 소양도 양심도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런 인간들이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단다. 무엇을 더 챙기려고? 모두 돈이 꽤나 있으니 집에 가면 가장으로 대접을 받겠지.
하지만 한마디 하고 싶다.

먼저 사람이 되라, 이것들아!

경기도 용인 양지에 가면 총신신학대학원 교정이 있다. 입구에는 큰 돌에 새겨진 교훈이 있다.
- 신자가 되라
- 학자가 되라
- 성자가 되라
- 전도자가 되라
- 목자가 되라

총신대
총신신대원 양지

우리 신학생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 붙여서 서로에게 말하곤 했다.

- 사람이 되라! (여기에는 느낌표를 붙여야겠다.)

가장 먼저 사람이 되지 않으니, 즉 인성이 상식이 양심이 도덕관이 사람답지 못하니, 그자에게 신학적 지식과 degree, 경험을 아무리 입혀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목회 기간이 길어지고 여건이 좀 좋아지면 회계 장부를 속이고, 사유화하려고 마수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나님 이름을 들먹이던 그 입으로 쉽게 정죄하고,
귀한 성경책을 넘기던 손으로 돈다발을 움켜쥔다.
먼저 사람이 되고, 목사가 된 분들로는 주기철, 손양원 등의 선배들이다. 이런 분들이 목사님들이다.

*********


오늘 고 강수연 배우가 내게는 귀한 깨달음을 주고 갔다.

잘 가시게.


반응형

댓글